자체 쇼핑몰을 구축하기 위한 솔루션 서비스가 좀 있는데, 보통 3대 쇼핑몰 솔루션에서 선택하는 느낌이고, 그 중 시장 점유율 1위인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어떤 점이 그 회사가 1위를 할 수 있게 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이커머스 도메인에 대한 이해를 쌓고 싶어 입사하게 되었다.
운이 좋게도 핵심 부서로 배치되었고 2주간의 온보딩 후, 본격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는데, 정말 잘 적응하려고 노렸했고 솔직히 그 부분은 팀원들이 인정할 것이다. 그리고 업무에 적응되었을 때 쯤 퇴사를 했다.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했지만, 여기서 나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2022.08 ~ 2022.12
이커머스 중견기업 백엔드 개발자의 퇴사 부검
왜 떠나는가?
PHP는 정말 아니야
그렇다. 여기의 핵심 부분은 PHP로 개발되어있다. 하지만 입사 당시 PHP 에서 자바로 전환하는 작업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그 작업의 플래그데이가 5년 후였다. 그 말은 내가 재직하는 동안은 짤없이 PHP만 사용한다는 소리였다.
그래도 PHP를 좋게 보려고 애썼지만, 회사에서 하는 일들이 백엔드 + 웹퍼블리싱 이었고 내가 백엔드 개발자로서 전문성을 쌓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였다.
무엇보다 PHP로 운영하는 서비스는 이제 오래된 레거시이고, 경력으로도 인정받기 힘들어 이직도 고달파진다. 그리고 회사는 고칠 생각은 하지만 실행에 옮기는 과정이 매우 느렸다.
과잉 문서화
모든 개발사항 하나하나에 그에 따른 문서를 작성해야 했다. 개발 문서에는 어떤 부분을 개발했는지부터 테스트 방법, 보안 요소 체크 등 대강 A4 용지 3장 분량의 내용을 기재한다. 물론 작성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으나, UI 변경에도 문서를 작성해야했고, 내가 개발자인지 작가인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느린 배포 프로세스
개발을 완료했다고 하고 릴리즈 버전을 지라 티켓에 찍으려고 보면 2주 후이다. 내가 아무리 빨리 개발해도 해당 기능은 2주후에나 사용자에게 노출되고, 빠르게 변화하는 IT 생태계에서 역행하는 느낌이었다.
우선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코어 서비스가 스크립트 언어에 모놀리틱으로 구성되어있어, 오류를 사전에 파악하기가 힘들고, 따라서 QA를 1주넘게 진행하기 때문이다. 서비스가 진짜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같았다.
처음 레포지토리를 땡기는데 20분이 걸렸고, 로컬에서 테스트도 힘들어서 서버를 하나받아 rsync로 코드를 연동시켜 구동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정상동작 여부를 확인했다.
회사에서 배운 것
구 버전의 Jira와 Confluence 사용법
입사 당시 jira와 confluence를 열었는데 생전 처음보는 UI여서 너무 당황했다. 예전 버전이었고, 위키를 작성하면서 사용법을 익혀갔다. (지금 이직한 회사 일부에서 구버전 confluence를 사용하고 있어 도움이 되었다.)
풀재택의 업무 형태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 깨달음
처음으로 풀재택을 경험하게 되었는데, 업무와 휴식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불편함과 DM으로만 질문하는 것에 대한 한계점이 회사 적응을 힘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나가는 것을 좋아하더라.
이커머스 도메인의 이해
어느 부분에서 수익을 얻는지에 대한 사업의 구조와, 이커머스 서비스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아주 조금.
퇴사 이후의 계획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 준비를 했었는데, 대기업 계열사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게 되었다.
그렇다. 다시 스타트업으로 돌아갔고, 내가 지금 열심히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를 직접 개발한다.
나는 생각보다 출근을 좋아했고,
나는 생각보다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나는 생각보다 개발에 대한 욕심이 있었고,
나는 생각보다 워라밸을 따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해준 두번째 회사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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